코로나19로 잠시 멈춰진 삶을 사는 것 같다. 벌써 한달이상 아내를 보지 못하고 매일같이 영상통화만 하고 있다. 몇번의 주말을 그냥 무의미하게 보내다 보니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여러가지를 해보려고 마음 먹었고, 지금 시점에 혼자하기 가장 좋은 책읽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놓은지 이미 십수년이 지나다 보니 독서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것 같다.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꾸기 위해 읽기 쉬운 책을 고르는 것이 중요했다. 장르는 수필, 어렵지 않고, 부담없는 내용, 길지 않고 한 주제씩 끊어 읽기 좋은 것으로 선택했다.
"당신의 어깨"
한국수필 신인상을 수상한 강춘화 작가의 처녀작이다. 20년 11월 25일에 출간된 따끈한 신상이기도 하다. 책의 표지가 깔끔해서 내용도 그러겠지 싶어서 심사숙고 끝에 구매를 했다. 로켓배송이니 뭐니 해서 1~2일이면 도착하는 것이 대한민국 택배인데, 무려 1주일이나 걸렸다. 책을 받고 다른 것보다 가장 첫 작품인 "문자 한 통"을 읽었다. 심사숙고한 보람이 있었다. 겨우 14줄이었다. 부담없이 점심시간과 퇴근 후 틈틈이 한작품씩 읽다보니 237페이지의 책을 겨우 이틀만에 읽었다. 주말에 마음먹고 읽으면 1~2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쉽고, 재미있는 책이었다.
책의 제목인 "당신의 어깨"를 포함해서 60편이며, 15편씩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골출신의 5남매 중 막둥이인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작가와 동년배가 아니라 직접 격어보지 못한 내용들도 오히려 상상하기 좋게 잘 표현되어 있다. 60편 대부분이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특히 "당신의 어깨", "80년만의 여행", "말없는 소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신의 어깨"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온 작가 자신의 어깨가 남편보다 결코 가볍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28톤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남편의 일터에 동행하면서 느낀 삶의 무게를 잘 표현하고 있고, "80년만의 여행"은 20세 이상 차이나는 큰 형부, 큰 언니와 처음으로 함께한 여행이 형부의 폐암 진단으로 마지막 여행이 된 가슴 찡한 내용이다. "말없는 소통"은 직업군인인 작가의 아들이 상급자로부터 느낀 진정한 소통에 대한 내용이다. "말없는 소통"편에는 작가 아들이 상급자에게 보내는 짧지만 진심어린 시가 수록되어 있다. 수필가의 아들답게 짧지만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좋은 시인것 같다.
말없는 소통
악수하며 말없이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이
짧은 포옹에 오가는 수많은 추억들이
온화한 미소에 담겨있는 신뢰와 응원이
말하지 않아도 들리는 당신의 음성
순간의 긴 소통에 터져 나오는 존경의 눈물
심사숙고 해서 선택한 책인 만큼 기대이상으로 재미있게 본 따뜻한 수필집이었다.
아마 동년배의 시골출신인 중년의 여인이 읽게 된다면 정말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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